에너지경제
김철훈 기자
2023년 9월 22일
22일 대전본원 대강당 '사계2050-대전' 연주
AI에 기후변화 예측값 입력 편곡…원곡과 비교
바이올린 임지영과 40인조 오케스트라 협연
봄여름가을겨울 4개 악장, 달라진 기후 표현
오는 2050년 대한민국 대전의 기후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 비발디의 ‘사계(四季)’를 재창작해 연주하는 공연이 22일 오후 카이스트(KAIST, 총장 이광형)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열린다.
제693회 문화행사 ‘사계 2050-대전’의 제목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연세대 기악과 교수)이 프로젝트 예술감독과 솔리스트를 맡아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무대다.
‘사계 2050-대전’은 글로벌 디지털디자인 기업 아카(AKQA)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지난 2021년부터 서울을 포함한 6개 대륙 14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카이스트 본원 공연은 앞선 공연과 달리 카이스트의 기술력으로 새롭게 구성한 곡이 연주돼 눈길을 끈다. 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 방하연·김용현(지도교수 남주한)이 각각 데이터 기반 음악 작·편곡, 알고리즘 개발 및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맡았다. 박사과정 남궁민상(지도교수 박주용)은 미래 기후변화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외부에서 초빙한 작곡가 장지현도 프로젝트를 도왔다.
연구팀은 비발디의 ‘사계’에 계절마다 소네트(짧은 정형시)가 있다는 점을 착안해 인공지능에 기후변화 예측값을 입력했다. 이를 학습한 챗GPT-4는 강렬한 더위와 맹렬한 폭풍을 묘사했던 비발디의 ‘여름’ 소네트를 ‘무자비한 여름 태양 아래, 대전의 시민과 나무들 모두 시든다; 나무들은 갈라지고 있다’, ‘ 그의 지친 몸은 생물다양성의 붕괴로 강화된 벌레와 말벌 떼로 고통받고, 번개와 요란한 천둥으로 두려워 휴식을 찾지 못한다’라고 바꿔놓았다고 학교는 전했다.
또한, 연구팀은 숫자로 이루어진 기후변화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새로운 악보로 변환해 주는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해 편곡에 적용했으며, 챗GPT-4가 재해석한 소네트의 정서도 음악적 효과를 가중하는 데 활용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재창작된 ‘사계 2050-대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불규칙하며 혼란스러운 분위기의 곡이라고 연구팀은 소개했다.
예를 들어, 생물다양성이 감소해 ‘봄’ 악장의 새소리로 표현된 부분이 대폭 줄었고,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진 점을 반영해 ‘여름’ 악장은 원곡보다 길이를 늘여 훨씬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고 극심해진 이상기후로 변덕스러워지는 날씨를 강조하기 위해 몰아치는 폭풍우를 그려낸 악장을 훨씬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가을’ 악장은 텍스트를 음악으로 바꿔주는 메타의 인공지능 모델 ‘뮤직젠’의 해석을 적용해 화음과 조성이 없어 불안하고 소음처럼 들리는 무조성 기법으로 2050년 가을을 표현했다.
‘겨울’ 악장 역시 올해보다 11일 짧아지는 기후변화를 반영해 기존 곡에서 쉬어가는 부분들을 생략해 길이를 줄였고, 옥타브를 빠르고 급격하게 넘나드는 편곡으로 삼한사온보다 잦은 빈도로 반복되는 극심한 추위를 묘사했다.
프로젝트 총괄을 맡은 카이스트 방하연 학생은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창조된 음악 작품은 예술가와 첨단 기술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계 2050-대전’ 공연은 비발디의 원곡도 함께 연주돼 두 음악을 비교감상하면서 기후변화의 위기를 실감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 당일 오후 2시에는 ‘사계 2050, 지구를 위한 과학기술과 음악의 시너지’를 주제로 창작 의도와 과정을 설명하는 워크숍이 열리고, 이어 오후 7시 연구진이 직접 나와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프리뷰(사전설명) 시간도 마련된다.
‘사계 2050-대전’ 카이스트 본원 공연은 무료관람이며, 예매권은 22일 오후 2시까지 카이스트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할 수 있다. 공연장 현장 티켓(200석)은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선착순 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