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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2050 에세이* - 데이먼 개모 Damon Gameau**
18세기 초, 비발디의 “사계”를 처음 들은 관객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관객들은 풍경을 그려 내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곡에서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음악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비발디의 “사계”는 자연의 언어를 번역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비발디의 영감이 됐던 자연은 곧 급격한 변화를 맞았습니다. 산업 혁명이 일어나기 150년전이었지만, 인클로저(enclosure) 현상은 이미 유럽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산림과 하천, 풍성한 목초지에 울타리가 쳐져 사유화되고 있었고, 자급자족 생활의 원천이던 과수와 작물은 소각되어 사람들은 일당 노동자로 내몰렸으며, 머나먼 곳의 땅을 약탈하여 집 안에 새로운 호사스러움을 쌓아가는 식민지화는 온갖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유럽은 과학 혁명이 한창이었습니다. 새로운 존재론이 도입되어 견고하게 정립되었습니다. 인간은 점차 자연과는 별개의 존재로서 스스로를 자연보다 우위의 존재로 여기게 됐고, 오랫동안 애니미스트 문화권에서 주장해 온 '영혼과 지각 있는 자연'이라는 인식마저도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의미나 가치가 없는 자연은 훨씬 더 상품화하기 쉬웠기 때문에 이런 사고방식은 당시 교회와 신흥 자본가층에게 잘 맞았습니다.
‘근대 과학의 아버지’ 프랜시스 베이컨은 “우리는 자연을 쫓아가 잡아 가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한 “우리는 자연의 구석구석을 다 침투해야 한다”며 대자연을 양육의 어머니에서 ‘공공의 매춘부(a common harlot’)’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너무도 잘 알다시피, 이러한 사고방식은 곧 우리한테도 도달하여 땅을 숭배하고 지킨다는 6만 년간 이어져 온 존재론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비발디는 주변의 풍요로운 자연을 창의적으로 맘껏 활용했습니다. 그의 “사계”가 나온 이후, 성장과 확장 일변도의 발전을 추구해 온 인간은 지구상 산림의 절반 및 야생동물의 68%를 망가뜨렸고, 대기 중에 탄소와 메탄가스를 각각 40%와 150% 증가 배출하며 전 세계 온도를 1.3도 올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비발디의 곡엔 우리가 처한 곤경에 도움이 될 놀랄 만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사계절 동안의 인간 경험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여기엔 거센 폭풍이 자신의 농작물을 휩쓸자 하늘을 향해 주먹을 흔드는 농부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최근 수십 년간 우리는 생태 환경의 위협을 주로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그래프와 데이터, 그리고 무미건조한 통계 수치가 기후 전쟁의 ‘최전방 군인’처럼 제일 먼저 소환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주고, 음악과 미술 혹은 그사이의 어떤 것에 자극받아 행동하도록 진화한 것이 우리 인간입니다. 예술은 온갖 과학 전문 용어와 복잡한 이론을 영혼의 언어로 바꿔서 전파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겐 예술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여러분이 듣게 될 음악은 새로운 생태계를 염두에 둔 “사계”입니다. 음악가와 컴퓨터 개발자, 기후 과학자들의 협업으로 비발디 원곡의 주제와 아이디어를 가져와 비발디가 마치 2050년에 쓴 것처럼 재작곡한 결과물입니다.
변형된 “사계”에 담긴 따뜻해진 대기는 수증기를 더 많이 품고 있어 폭풍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황폐해진 우리의 땅과 산림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서식지를 강탈했으며 높아진 해수면은 모든 곳의 생활 양식과 풍요로운 농작물을 바꿔 놓았습니다.
“사계 2050” 프로젝트는 비발디의 “사계”를 세계 각 도시에 맞게 편곡했기 때문에 도시마다 곡이 다릅니다. 변형된 개개의 곡은 조화로운 비발디 원곡과는 다르게 어딘지 듣기 거북합니다. 각 도시의 오케스트라들은 기후 변화를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가 열릴 오는 11월까지 그곳의 버전을 연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 모두 다 잃어버린 것은 아님을 명심하십시오. 사라진 것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되, 현재의 추세를 거부하고 상호 연결된 생태계 회복을 적극 모색하는 수많은 사람과 연대할 가능성을 열어 두시기 바랍니다.
이들은 생태를 복원하고 미생물을 토양으로 돌려보내고 있으며, 바다의 산성도를 낮추고 토착종을 다시 번식시키며 원주민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제반 생태학 딜레마는 과학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문제입니다. 인간이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지만, 핵심종은 전체 생태계를 재건하고 확립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주의 깊게 들으면 새로운 노래가 들립니다. 300년 전 비발디가 그토록 아름답게 표현한 세상에서 다시 한번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점점 더 커지는 그 공동체의 손에서 새로운 협주곡이 작곡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협주곡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번역: 신호경
* 원문: https://the-uncertain-four-seasons.info/essay
** 데이먼 개모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의 배우 겸 영화 감독 및 제작자로, 미래의 기후 변화를 다루며 직접 감독하고 출연한 2019년 다큐멘터리 “2040”과 고당 다이어트를 다룬 다큐멘터리 “That Sugar Film”(2014)이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