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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가 사라졌다…AI가 다시 쓴 비발디 ‘사계’ 2050년 버전

매일경제

나건웅 기자

2023년 9월 22일

‘여름’ 악장은 길어지고 ‘겨울’ 악장은 짧아졌다. 원곡에서 들리던 새소리가 사라지고 삭막하고 우울한 사운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탈리아 천재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가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선보인 지 약 300년이 지났다. 최근 비발디 ‘사계’를 인공지능(AI)이 편곡한 ‘사계 2050’에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사계 2050’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예측된 2050년 전 세계 각 지역 기후 데이터를 반영해 AI가 재창조한 사계를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클래식 음악을 통해 기후변화 위험성을 알리는 색다른 시도다.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혁신 기업 AKQA가 유명 작곡가와 호주 모나쉬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연구 허브와 협업으로 2021년 론칭했다. 같은 해 한국 클래식 음악 매니지먼트사 뮤직앤아트컴퍼니가 AKQA와 아시아 최초로 MOU를 체결해 한국 버전이 탄생했다.


서울, 상 파울로, 베니스 등 전 세계 14개 도시 버전으로 만들어진 사계 2050 프로젝트는 올해 9월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손잡고 ‘사계 2050-대전’을 선보였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연구진과 협업으로 지금과 많이 달라질 2050년 대전의 사계절을 음악과 영상으로 표현했다.


곡 작업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카이스트 프로젝트팀에서 국제 표준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2050년 대전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 대기정체, 폭염, 한파, 계절 길이 등 예측값을 정리했다. 기후 예측 데이터를 챗GPT4 모델에 입력해 비발디 사계 원곡에 덧붙여진 ‘소네트(유럽 시)’를 재창작한 후, 텍스트 기반 음악 생성 모델인 ‘뮤직젠(MusicGen)’을 활용해 곡의 구성 요소로 사용했다.


대전 카이스트 대강당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프로젝트 예술 감독 겸 솔리스트 바이올리니스트인 임지영 연세대 기악과 교수를 비롯해 사계 2050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약 40명 연주로 진행됐다. 기후변화가 반영된 음울한 분위기의 사계가 먼저 무대에 올랐고 뒤를 이어 18세기 아름다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만든 비발디 원곡 사계 공연이 이어지며 극적인 대비가 두드러졌다.


임지영 교수는 “단순히 음악의 아름다움만 탐구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 음악”이라며 “관객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기후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함께 변화하는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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