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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의 ‘사계’… AI는 왜 망가뜨렸나

조선일보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2021년 10월 12일

‘사계 2050′ 공연 간담회 기후
데이터 바탕 ‘사계 2050′ 30년뒤 암울한 서울 기후 표현
20일 임지영이 바이올린 연주

12일 서울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간담회.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6)이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봄의 첫 악장을 연주했다. 따뜻한 봄이 와서 새들이 지저귀고 시냇물이 흐르는 모습을 묘사한 도입부다.



그런데 잠시 뒤에는 전혀 다른 ‘사계’가 그의 바이올린에서 흘러나왔다. 얼핏 선율의 흐름은 비슷했지만 화사한 장조는 음울한 단조로 바뀌었고, 몇몇 음표들은 뭉텅이로 빠져 있었다. 속도와 음정도 한층 느리고 둔중하게 변했다. 그가 연주한 곡은 2050년 서울의 기후 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작업한 ‘사계 2050: 서울 변주곡’. 임씨는 “평균 온도가 올라가서 한국이 열대 지역에 가깝게 변하고, 해양 생물이 멸종하거나 줄어드는 암울하고 불안한 상황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 데이터를 입력해서 1725년 발표한 비발디의 원곡을 음악적으로 변형한 ‘사계’의 미래 버전인 셈이다. 임씨는 “연주하고 나서 난해하고 어렵고 해괴한 분위기 때문에 저 자신도 음악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처음 음악 파일을 들었을 때는 3초도 지나지 않아서 끄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영국 디자인·마케팅 회사인 AKQA와 데이터 과학자, 작곡가, 오케스트라 등이 공동 참여한 ‘불확실한 사계(Uncertain Four Seasons)’다. 2019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이 처음으로 선보였고, 지난 1월에는 호주의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연주했다. 한국에서는 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임지영의 바이올린 독주와 ‘사계 2050′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들려준다. 1부에서는 ‘사계 2050′, 2부에서는 비발디의 원곡을 차례로 연주해서 비교 감상하는 방식이다.



다음 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개막 행사로 세계 각국의 ‘사계 2050′을 24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주최국 영국을 비롯해 독일·호주·캐나다·네덜란드·이탈리아·브라질·한국 등 지금까지 10여 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계 학습·로봇 공학자인 신재현 박사는 “향후 100년간의 방대한 기후 예상 데이터를 통해서 미래상(像)을 보여주려는 기획”이라며 “현재 우리의 행동에 따라서 얼마든지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예측 모델로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미래는 우리에게 달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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